[만화로 보는 중국 신화] 1권은 인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알 모양의 우주에서 태어나 하늘과 땅을 1만 8천 년이나 받치고 있었다는 반고 신화를 시작으로, 흙으로 인간을 빚어 낸 인류의 어머니 여와, 대홍수 속에서 살아남아 인류를 보존한 조롱박 오누이, 팔괘를 발명하고 불을 사용하는 방법을 인간들에게 알려 준 복희, 농업의 신이자 의약의 신으로 인류에게 큰 은혜를 베 푼 염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2권에 들어서는 비로소 중국 신화의 최고봉, 그리스 로마 신화로 치면 제우스라고 할 수 있는 황제가 등장한다. 황제가 중국 전역을 제패하고 중앙 상제로 등극하는 장면과 더불어 남방 상제 염제와의 전투인 판천 전쟁, 붉은 악마의 상징이 된 치우와 벌였던 전투가 박진감 있게 그려지면서 서서히 중국 신화가 가진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이후 3권부터는 오방 상제의 보좌신들과 후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만큼 이야기가 점점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매 장이 끝나는 부분에 삽입된 학습코너는 아직 중국 신화라는 소재를 낯설어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코너는 크게 두 갈래로 구성하였다. 그 중 한 페이지는 해당 등장인물의 자세한 소개와 더불어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전해 내려오는 부분을 꼽아 설명했다. 그리고 다른 한 페이지는 각 신들의 역할과 특징을 좀더 쉽게 전달하려는 의미에서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그리스 신과 직접적으로 비교했다. 더불어 어린이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두 개의 동물 캐릭터 롱롱이와 숑숑이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제는 동양 신화
최근 동양 신화의 세계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큰 위력은 아니지만, 매우 익숙하고 반가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동양 신화가 어렵지 않게 독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까닭은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은 감정이기 때문이다. 동양인인 우리에게 동양 신화의 내용은 그다지 엉뚱하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다. 그것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다. 동양 신화와 서양 신화는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른 과정과 결론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동양 신화에서 용은 늘 신비스럽고 인간을 돕는 유익한 존재다. 그러나 서양 신화에서의 용은 영웅의 앞을 막는 사악한 장애물 등장한다. 뱀도 동양 신화에서는 반인반수의 신을 만들어 낼 만큼 신성하게 여기지만, 서양 신화에서는 더럽고 추악한 동물에 불과하다. 또 있다. 그리스 신화의 소 머리를 한 인간 미노타우로스는 사람을 잡아먹는 매우 끔찍한 괴물이다. 반면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염제는 소 머리에 인간의 몸으로 묘사되는 건 똑같지만 인간에게 많은 자비를 베푼다. 이처럼 동양 신화에는 자연을 은혜롭게 생각한 동양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중국 신화
서양 신화의 원천이 그리스 신화이듯, 동양 신화의 원천은 중국 신화다. 서양 문화를 배우고자 한다면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듯이 동양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 신화부터 읽어야 한다.우리나라도 중국 신화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은 터라 생활 속에서 그 흔적을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02년 월드컵 때 붉은악마의 공식 마스코트로 등장했던 ‘치우’는 중국 최고의 신 황제와 격렬한 전투를 벌인 전쟁의 신이다. 일명 ‘탁록전쟁’이라 불리는 이 전투에서 치우는 비록 황제에게 패했지만, 황제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용맹스러운 신이었다. 치우는 우리 민족의 조상인 동이족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서쪽에 서대문 형무소를 지은 이유는 중국 신화에서 죽음과 형벌을 주관했던 서방의 여신 서왕모 때문이다. 조선 시대 때 감옥이나 처형장 같은 형벌 관련 기관을 서쪽에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서왕모로 인해 죽음과 관련된 방위는 서쪽이 되었다.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려놓지 않는 이유는 동이족의 영웅인 ‘예’와 관련이 있다. 그가 제자인 ‘봉몽’에게 복숭아 몽둥이로 맞아 죽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동이족은 우리 민족의 조상이다.
고구려사 왜곡의 시작, 중국 신화
중국은 여러 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소수민족들은 각자 고유한 신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신화이기 때문에 중국 신화가 되는 것이다. 동양에 속하는 여러 소수민족의 신화라는 점 때문에 중국 신화가 곧 동양 신화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중국이 다민족 국가라는 점은 중국이 최근 들어 고구려사를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 신화 속의 한 소수민족(동이족)이 고구려를 세웠다는 근거를 내세우며 고구려 역사가 곧 자신들의 역사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혹시나 고구려사가 중국의 것으로 간주된다면, 고구려사뿐만 아니라 고조선사와 발해사도 더 이상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다. 뿌리 없는 민족으로 전락해 버리는 동시에, 우리의 자부심이었던 반만년의 화려한 역사도 반토막 나 버리는 것이다. 중국 신화를 알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 시작, 그 원인이 되는 중국 신화부터 읽어야 한다.
주요 캐릭터 소개 창조신
반고 : 하나의 커다란 알이었던 우주를 도끼로 갈라 하늘과 땅을 만든 천지개벽의 신. 죽은 후에 몸이 해, 달, 천둥, 바람, 이슬로 천지만물이 된다.
여와 : 흙을 빚어서 사람을 만든 인류 창조의 신. 이후에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통해 직접 아이를 낳게 하여 중매쟁이 신, 즉 고매신으로도 불린다.
조롱박 오누이 : 이 세상에 큰 홍수가 난 뒤 유일하게 살아남은 남매.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는다.
오방 상제
황제 :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 중 최고의 신인 중앙 상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같은 천둥 번개의 신이다.
복희 : 동방 상제인 복희는 인류 문화의 시조라고 불린다. 불을 발견하고 그물을 발명했으며, 팔괘를 만들어 우주 만물의 변화를 설명했다.
소호 : 서방 상제인 소호는 동쪽에 새들의 나라를 세웠다. 아들 욕수와 함께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살피는 일을 한다.
염제 : 남방 상제 염제는 농업의 신으로서 인간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준다. 또한 인간을 위해 온갖 풀들을 직접 먹어 보고 독초와 약초를 분류해 내어 의약의 신으로도 불린다.
전욱 : 북방 상제인 전욱은 중앙의 천제가 된 뒤 하늘과 땅의 통로인 하늘사다리를 끊어 버린다.
◎ 목차
개벽의 신 반고
인류의 어머니 여와
조롱박 오누이
태호 복희(동방 상제)
신농 염제(남방 상제)
◎ 작가 소개
갈휘
1979년 중국 길림성 길림시 출신으로, 연변대학 중문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중국 북경 신필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프로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요작품으로는 52부작 애니메이션 ‘별이의 한문 공부’ 와 100부작 애니메이션 ‘성구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최창륵
1971년 중국 길림성 서란시 출신으로, 현재 문학박사이며 연변대학 부교수입니다.[천지]로 시 분야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한국 근대 문학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습니다.
권영승
1977년 조선족 중국 길림성 통화현 출신으로, 16세부터 프로 화가로 활약 했고 현재는 중국 북경 쭝방 만화 창작실 사장입니다. 전국 미술 콩쿠르에서 수묵 작품으로 수상한 경력을 비롯해, 중국 CCTV 대형 애니메이션 ‘서유기’, ‘중화 5천년’ 등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주오 작품으로는 ‘칭기즈 칸’, ‘다다, 다사 시르즈’, ‘나의 이야기’, ‘유의수 전기’, ‘거지애’ 등 수십 권의 만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중 ‘칭키즈 칸’은 이탈리아, 중국 미술관 등에 전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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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창륵, 갈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