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명화 감상법
가장 좋은 명화 감상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미술관에서 직접 그 그림을 보는 것이겠지요. 요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부모님이나 친구와 함께 온 초등학생들의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너나없이 손에손에 노트를 들고 그림 옆에 쓰여져 있는 글자를 열심히 받아적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대견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이곳까지 와서 숙제 완수에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벽에 걸린 커다란 그림보다는 그림 옆에 보일 듯 말 듯 조그마한 팻말에 적힌 작은 글자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명화란 과연 어떤 대상일까요? 아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상상의 세계가 혹시 작은 글자판 안에 또다시 갇히게 되는 건 아닐까요?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들이 명화에 대한 흥미가 생기고 나름의 세계 속에서 그림을 보는 눈이 생긴다면 아이들이 노트에 적고 있는 명화 정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무런 틀 없이 처음 만난 그림을 자기만의 세계에 담을 수 있다면 그 아이가 앞으로 그림을 통해 펼쳐볼 세계는 훨씬 크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하나. 정보 위주의 미술 교육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담아내는 미술 교육
명화의 진정한 가치 중 하나는 보는 사람에 따라 그 감동과 해석이 다양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입니다. 유치부터 초등생을 대상으로 명화를 소개하는 책은 많습니다. 하지만 작가와 화풍, 스타일 등의 정보를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다양한 생각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진 어린이에게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명화에 접근하도록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명화의 진정한 가치를 살려내면서 그 자유로운 상상력의 세계까지 잃지 않도록 돕는 책을 만든다면 어린이들에게 좋은 그림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그림을 통해 더욱 자유롭고 다양한 상상력을 펼쳐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명화 소개 도서’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한 권의 책이 되길 바랍니다.
둘. 어린이의 상상의 세계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동화작가
명화가 주는 감동을 잘 전달하면서도 아이들의 상상력도 빼앗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큐레이터나 미술 평론가? 아니면 화가? 아이들 자신이 아니라면 아마도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를 가장 많이 드나들고 또 느끼고 만들어보려 애쓰는 사람 중 하나가 동화작가일 것입니다. 그런 동화작가들이 각자 가장 좋아하는 명화를 한 편씩 골라 그림에서 받은 영감을 동화로 자유롭게 풀어보았습니다.
셋.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 한 편이 먼 훗날 명화로서 가슴에 남을 수 있다면…
그림에 대한 전문가가 쓴 것이 아니기에 객관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초등학생 때 전달해 주어야 하는 각각의 명화가 가지고 있는(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뚜렷한 교육적 가치를 놓치고 자의적인 세계로 빠질 수 있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다니던 어느 때 읽은 동화 한두 편이 먼 훗날 우연히 미술관에 걸려 있는 명화를 보면서 다시 기억난다면 그것이 주는 감동은 다른 어떤 인문서에서도 찾을 수 없는 메아리가 있을 것입니다. 아니, 거기까지가 아니더라도 ‘명화’가 어린이들에게 부담이나 학업의 대상이 아닌 즐거움과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대상이 된다면 분명 좋은 미술 교육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미술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은 시작됩니다. ‘명화’라는 것이 수업시간이나 시험기간에만 등장하는 골치 아픈 암기꺼리가 아니라, 혼자 있는 방 안에서 엉뚱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하나의 문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목차
추천사 ｜상상력이 주는 명화 감상
(이주헌, 학고재 관장)
춤추는 별
(김남중 /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어느 일요일 오후
(채인선 / 마티스 <붉은 방>)
귀여운 아이
(김기정 / 피카소 <어릿광대 옷을 입은 파울로>)
그리운 리나 슈피리
(이상교 / 루소 <잠자는 집시 여인>)
여문 손
(이상교 / 밀레 <이삭 줍기>)
로마의 재봉사 딸이 만든 철릭
(임정진 / 루벤스 <조선 남자>)
아, 나의 아빠!
(김기정 / 레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할머니의 옥반지
(이미애 / 모네 <늦가을 해질녘 건초 더미>)
기찬이의 꿈
(엄혜숙 / 브뢰겔 <아이들과 놀이>)
빨래하는 공주님
(공지희 / 도미에 <빨래하는 사람>)
◎ 작가 소개
공지희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2001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다락방 친구’가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마법의 빨간 립스틱> <별라와 하양투성이 공주> <영모가 사라졌다> 등이 있습니다.
엄혜숙
서울에서 출생. 연세대학교 독문학과, 연세대학원 국문학을 공부했다. 오랫동한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을 기획, 편집했으며, 어린이 책 기획, 글쓰기, 번역하는 일 등을 하고 있다. 엮은책으로 <황새와 알락백로> <말이 너무 많아!> 등이 있고, 저서로는 <혼자 집을 보았어요> <누가 똑똑 창문을 두드리지?>가 있다
이미애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했습니다. 1987년 조선일보와 대구매일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됐으며, 눈높이 아동문학상, 새벗 문학상, 2000년 삼성문학상에 당선되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큰 나무 아래 작은 풀잎>을 비롯해, 그림책 <모두 모여 냠냠냠>, <이렇게 자볼까 저렇게 자볼까>, <가을을 만났어요> 외 여러 권과 장편 동화 <그냥 갈까 아니 아니 손잡고 가자>, <행복한 강아지 뭉치>, <꿈을 찾아 한 걸음씩>, <반딧불이 똥구멍에서 빛이 나>, <뚱보면 어때, 난 나야>, <멋진 내 남자친구>, <감자 반지>, <나만의 단짝> 등이 있습니다.
좋은 동화의 씨앗을 얻었다고 느껴질 때가 가장 행복하답니다.
이상교
초등 학교 교과서에 동시 3편이 실려 있는 동시인이자 동화작가, 그림책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이상교는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강화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7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한국동화문학상·세종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나와 꼭 닮은 아이>(현암사), 동화집<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의사 선생님>(푸른책들), 그림책<아주 조그만 집>(보림), <야, 비 온다>(보림) 등이 있다.
채인선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했으며, 두 딸 해수, 해빈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 주다가 동화 작가가 되었다. 1995년에 샘터사가 주최한 [엄마가 쓴 동화상] 공모에 <우리 집 안경곰 아저씨>가 당선되었고, 1996년 창작과비평사가 주최한 제1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 <전봇대 아저씨>가 당선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내 짝꿍 최영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아기오리 열두 마리는 너무 많아!> 등이 있다.
임정진
선생님 머릿속엔 멋진 궁리들로 가득 차 있답니다. 궁리의 실타래를 풀어 한 코, 한 코 어린이들을 위한 글을 짓지요. 글을 잘 써서 계몽아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작가 선생님'보다 그냥 '이야기 아줌마'로 불러 달래요. 그래야 어린이들과 더 친해질 수 있으니까요. 선생님이 쓴 책 읽어 보았나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강아지 배씨의 일기> <왕손가락들의 행진> 이외에도 많은 책을 썼답니다.
김남중
1972년 전북 익산 출생,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8년 전북도민일보 도화상 수상, 2000년 MBC 창작동화상 수상했다. 작품집으로는 <꼬리꼬리>가 있다.
김기정
1969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어린이 위인전> <발명 이야기> 등이 있다.
◎ 미디어 리뷰
동화·시 곁들여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 '명화' 감상법
최근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색체의 마술사로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화가 마르크 샤갈전,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전 등……. 그렇다면 이런 명화들은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평소 미술 감상법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어린이들은 이런 의문을 갖게 마련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의문에 대한 해답집이자, 올바른 명화 감상법을 안내하는 지침서다. 거기에다 세계적인 명화를 주제로 쓴 동화나 동시를 곁들여, 더없이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그 방식이 특이하다. 동시인 이상교 씨는 밀레의 '이삭 줍기'(유채?1857년작?사진)를 보며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해님은 부지런히 들판을 가로질렀지요… 여문 이삭 줄기를 줍는 손길도 덩달아 노을 빛으로 여물었지요.?(여문손)란 감상의 시를 읊고 있다.
루벤스의 '조선 남자'(드로잉?1606년~1608년)의 경우, 임정진 작가는 그림 속의 주인공인 조선 남자가 화가 루벤스를 만나 자신의 초상화가 그려지게 된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로 엮었다. 이야기를 읽으며 그림을 몇 번이고 다시 들춰 보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상상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참! 재미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소년한국일보
윤석빈 기자
200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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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남중 외
